비우고 남은 공간, 어떻게 쓸까?
비우기 챌린지를 시작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하루에 한 가지씩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버리는 것보다 더 고민되는 건 그 ‘비운 자리’를 어떻게 활용할까 하는 점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공간이 생겼고,
그 공간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다 보니 생활 방식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책상 위, 텅 빈 자리의 여유
챌린지 첫날 치웠던 유리컵.
원래는 그 옆에 장식품이나 문구류도 조금 놓여 있었는데,
컵 하나를 버리고 나니 자연스럽게 주변도 손이 갔다.
지금은 그 자리에 아무것도 놓지 않고 비워뒀다.
책상에 여백이 생기니까 작업할 때 시야도 훨씬 깔끔하고 집중도 잘 된다.
처음엔 좀 휑해 보일까 걱정했지만,
지금은 그 여백이 꽤 마음에 든다.
머릿속도 덜 복잡한 느낌이랄까.
서랍 속, 쓰임새 있는 구조로
둘째 날엔 서랍을 정리했는데,
예전엔 쪽지, 명함, 티켓 같은 것들이 한데 섞여 있어
뭘 찾으려면 한참 걸리곤 했다.
정리하고 나서 남은 공간엔 자주 쓰는 펜, 포스트잇, 메모지를 정리함에 담아 뒀다.
필요한 걸 딱 꺼낼 수 있으니까 그때그때 쓰는 습관도 생기고,
서랍을 열 때마다 괜히 뿌듯하다. ㅎㅎ
공간을 정리했더니 시간도 아껴지는 느낌이 들었다.
옷장 안에 생긴 한 뼘의 여백
정리하면서 옷 두 벌을 비우자 옷걸이 간격이 조금 넓어졌다.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옷이 덜 구겨지고 고르기도 편해졌다.
예전엔 한 벌을 꺼내려면 몇 벌을 같이 밀어내야 했는데,
지금은 한 눈에 보고 골라 입는 게 가능하다.
그리고 새 옷을 살 때도
“이 자리를 다시 채워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됐다.
그 고민 하나로 소비가 줄어든 것도 느껴진다.
욕실 서랍의 간결함
샘플 화장품이 가득했던 욕실 서랍.
쓰지 않으면서도 아깝다는 이유로 계속 두고만 있었던 것들이다.
정리하고 나니 자주 쓰는 스킨, 클렌징 오일, 로션 정도만 남았고
한눈에 다 보이니 아침 준비 시간도 빨라졌다.
불필요한 것들을 줄이니 오히려 남은 것들의 가치가 더 뚜렷해졌다.
물건이 줄어든 만큼 동선도 짧아졌고, 세면대 주변도 훨씬 깔끔해졌다.
주방 정리의 의외의 효과
주방은 자잘한 그릇, 컵, 보관용기 등 정리할 게 생각보다 많았다.
며칠 전, 유통기한 지난 소스들과 깨진 유리컵 몇 개, 안 쓰는 접시를 정리하면서
찬장 속이 눈에 띄게 널찍해졌다.
지금은 자주 쓰는 것만 앞쪽에 두고, 잘 쓰지 않는 건 뒤로 정리해 뒀다.
그랬더니 요리 준비할 때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해서 훨씬 수월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집에 있는 거 먼저 써야지”라는 마음이 생겼다.
생활 패턴까지 조금씩 바뀌는 느낌이다.
비운 공간을 그대로 두는 것도 선택
정리를 하면 무언가로 그 공간을 다시 채워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이번 챌린지를 하면서 꼭 뭘 넣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배웠다.
비운 자리를 그냥 비워두는 것만으로도 여유가 생기고, 머릿속도 덜 복잡해진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런 여백이 있으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공간을 정리하면 생각도 정리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싶다.
앞으로도 이어가고 싶은 루틴
이제는 물건을 정리할 때
‘이게 정말 필요한가?’보다는
‘이 자리에 굳이 있어야 하나?’라는 질문을 먼저 하게 됐다.
물건을 줄인다는 건 공간을 바꾸는 일일 뿐만 아니라
생활 습관을 재정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매일은 아니더라도 한 주에 한두 번씩은
정리와 비우기의 루틴을 이어가고 싶다.
비운 자리가 남겨준 변화는 생각보다 크고,
그 여백에서 오는 편안함은 계속 곁에 두고 싶은 감각이다.